때 밀고, 당길 때 당겨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여름은 분명 ‘사랑을 당길 때’다. 녹음 짙은 숲길에서, 낭만이 깃든 간이역에서, 노을 지는 강변에서 사랑을 당긴다. 사랑 때문에 앓게 될 ‘몸살’은 나중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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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가족과 친구끼리 찾은 이들도 있지만 수목원의 주인공은 단연 연인이다. 수목원은 이미 그들 차지다. 연인들은 버드나무, 느릅나무, 수양벚나무가 늘어선 능수정원을 걷는다. 단아하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감싸안는다. 푸른 잔디가 깔린 아침광장에선 서로의 무릎을 베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다. 아예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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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조용한 아침에 더욱 아름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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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너른 잔디밭, 섬을 돌아 흐르는 북한강.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서 이름 붙여진 남이섬. 하지만 남이섬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장군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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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경강역. 이곳에도 아름다운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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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신탄리역 평행하게만 달리는 기찻길.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기에 기찻길은 종종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기찻길도 종착역에 이르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달리기를 중단한다. 종착역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 사랑이 머물 테니까. 그 종착역이 오두막집같이 작고 정겨운 역사(驛舍)라면 더욱 좋겠다. 경기도 연천군의 신탄리역은 경원선 철도의 최북단이다. 서울 용산에서 시작된 기찻길은 원산까지 뻗지 못하고 철도 중단점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경기도 의정부를 출발한 다섯 량짜리 ‘ 꼬마기차’도 플랫폼에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고른 숨을 몰아쉬며 오던 길을 되돌아갈 채비를 할 뿐이다. 그런 탓에 플랫폼 뒤쪽의 약 300m 구간의 철길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철길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탓에 철길 주변은 잡풀이 듬성듬성 자라 있다. 건널목의 차단기 역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이 하늘을 향해 있다. 두 곳 모두 연인들의 산책로로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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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한 쌍의 연인이 앞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들 앞에서 서로 떨어져 달리던 기찻길이 하나로 포개진다. 그 각도가 급하지 않고 완만하다. 마치 물이 흐르듯 은근하게 섞여든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도 이와 닮았다. 중년의 부부가 뒤를 돌아본다. ‘왜 좀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그들은 평행한 기찻길처럼 따로 걸어온 시간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 게다. 자신들의 사랑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것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 사실을 말이다. 역사 옆에 우뚝 선 고대산이 사람들의 사랑을 보듬는다. 신탄리역 기찻길은 비 오는 날 더욱 운치가 있다. 맑은 날이라면 아침이 산책하기에 좋다. 40여 년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 안에서 데이트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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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강변연가 각각 흘러온 두 강(江)이 만난다. 흘러온 길도, 중간에 만났던 것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둘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나 보다.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쌓였던 고단함을 서로 어루만져준다. 자연스럽게 하나가 돼 흐른다. 바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모습이다. 사랑도 어쩌면 이와 닮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같은 길을 걸어갈 계획까지 세우니까 말이다. 양수리에 접어들어 다산유적지 뒤쪽으로 차를 몬다. 인적이 없을 것 같은 그곳에 ‘강변연가’ 카페가 있다. 초가집 형태의 건물이 수풀과 어우러져 정겹다. 카페촌이 아닌데다 민가도 거의 없어 한적하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객을 반긴다.한여름 카페 앞은 온통 초록빛이다. 앞마당의 잔디와 강 기슭의 연잎이 내뿜는 초록이 교묘하게 엉켰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느낄 만하다. 울타리가 두 곳의 경계를 표시해 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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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이나 카페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사랑이 깊어진다. 뜰 한쪽에 마련된 나무그네가 눈길을 끈다. 그네에 앉든, 울타리 가까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든, 그순간 사랑이 요동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삶을 보듬을 준비를 할 것이다. 어느새 노을이 진다. 노을은 두 사람의 사랑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강변연가’에선 식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다. 승용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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